D/P vs D/A — 추심 결제의 두 얼굴, 서류를 언제 내주느냐가 전부다

결제 조건 협상에서 T/T와 LC 사이의 중간 지대가 추심(Collection) 결제 — D/P와 D/A입니다. 은행을 거치지만 은행이 지급을 보장하지 않는 방식이라, 구조를 정확히 모르고 쓰면 LC인 줄 알았던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로 거래하게 됩니다. 두 방식의 차이와 리스크를 정리합니다. (기준: URC 522 — 추심에 관한 통일규칙, ICC Publication No. 522, 1996. 1. 1. 발효)

추심이란 — 은행은 전달자일 뿐

수출자가 선적 후 환어음과 선적서류를 거래은행(추심의뢰은행)에 맡기면, 은행은 수입자 측 은행(추심은행)을 통해 서류를 제시하고 대금을 회수해 줍니다. 핵심은 은행이 지급을 확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LC에서는 개설은행이 지급 의무를 지지만, 추심에서 은행은 서류 전달과 대금 회수 대행만 합니다. 수입자가 지급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 — 리스크는 온전히 수출자의 몫입니다.

D/P vs D/A — 서류를 언제 내주느냐

구분D/P (Documents against Payment)D/A (Documents against Acceptance)
서류 인도 조건대금 지급과 동시에환어음 인수(서명)만으로
대금 회수 시점서류 인도 즉시어음 만기일 (30·60·90일 등)
화물 통제권지급 전까지 수출자 측 유지 (원본 B/L 담보)인수 시점에 수입자에게 넘어감
수출자 리스크지급 거절 시 화물 처분 부담만기 부도 시 돈도 화물도 없음
성격일람불 추심기한부 추심 = 외상 신용 공여

D/P는 “돈 주면 서류 준다”입니다. 수입자가 지급하기 전까지 원본 B/L이 은행에 있으므로 화물 통제권이 유지됩니다. 다만 이 담보는 운송서류가 「To Order」로 발행되고 원본이 회수될 때만 성립합니다 — 서렌더 B/L·텔렉스 릴리즈로 처리했거나 해상화물운송장(SWB)을 썼다면 D/P라도 화물 담보는 0입니다. 바이어가 «빠른 반출»을 이유로 서렌더를 요청하면, 그 순간 D/P가 사실상 후불 송금으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D/A는 “갚겠다는 서명만 하면 서류 준다”입니다. 인수 순간 수입자는 화물을 찾아갈 수 있고, 수출자에게 남는 것은 만기에 지급하겠다는 약속뿐입니다. 만기 부도가 나면 화물은 이미 넘어간 뒤라 회수 수단이 사실상 없습니다. 기한부 결제라는 점만 보면 Usance LC와 닮았지만, 개설은행의 지급 확약이 있느냐 없느냐에서 리스크 수준이 근본적으로 갈립니다.

리스크 스펙트럼에서의 위치

수출자 관점의 안전도 순서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사전 T/T(선불) → LC → D/P → D/A → 사후 T/T(후불). D/P는 화물 담보가 남는다는 점에서 후불 송금보다 안전하지만, D/A는 실질적으로 후불 외상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 환어음이라는 지급 청구 증서가 남는 정도의 차이입니다.

수출자 관점 결제방식 리스크 스펙트럼 — 사전 T/T, LC, D/P, D/A, 사후 T/T

실사례. 방글라데시 바이어가 “LC 개설 수수료가 부담되니 D/A 60일로 하자”고 제안해 온 적이 있습니다. 신용조사 결과가 부족한 신규 거래처라 거절하고, 첫 3회 선적은 D/P로 하되 거래 실적이 쌓이면 D/A를 검토하는 단계적 조건으로 합의했습니다. D/A 요청 자체가 나쁜 신호는 아니지만 — 방글라데시에서는 LC 개설 비용·마진 규제 때문에 흔한 요청입니다 — 신용 근거 없이 받아주면 안 되는 조건입니다.

💡 실무 팁

  • ① D/A는 신용 공여입니다 — 신용조사(신용보고서)와 한국무역보험공사 단기수출보험 부보를 전제로만 수락하세요.
  • ② D/P라도 수입자가 지급을 거절하면 화물이 도착항에 묶입니다. 데머리지·반송 비용까지 계산한 출구 전략(재판매·반송)을 미리 생각해 두세요. 시한도 있습니다 — 부도 통지 후 60일 안에 서류 처분 지시를 주지 않으면 제시은행은 서류를 반송할 수 있습니다(URC 522 제26조(c)(iii)). 그 사이 체화료는 계속 쌓이므로 거절 통지를 받은 날부터 재판매처 물색과 반송 견적을 동시에 돌려야 합니다. 수입국에 대리인이 있다면 예비지급인(Case-of-Need, 제25조)으로 추심지시서에 지정해 두면 현장 처분이 빨라집니다.
  • ③ 항공화물 D/P는 위험합니다 — AWB는 권리증권이 아니라서 수하인이 서류 없이 화물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득이하면 수하인(Consignee)을 추심은행으로 지정하는 방법을 은행과 협의하세요 — 은행을 수하인으로 지정하려면 그 은행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고(URC 522 제10조(a)), 동의 없이 보낸 화물은 은행이 인수·보관할 의무가 없습니다. 실무에서 잘 받아주지 않으므로 부킹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 ④ 환어음 조건(D/P인지 D/A인지, 만기)을 추심지시서와 계약서에 명확히 일치시키세요 — 표시가 없으면 서류는 지급과 상환으로만 인도되고, 은행은 인도 지연에서 비롯되는 어떤 결과에도 책임지지 않습니다(URC 522 제7조(b)). D/P로 귀결되니 수출자에게 유리해 보이지만, 그 사이 발생하는 체화료는 화주 부담이라 분쟁의 씨앗입니다.
  • ⑤ 서류 구성은 LC 네고 수준으로 관리하세요. 은행은 서류가 추심지시서에 열거된 대로인지 확인하고 누락·상이를 통지할 의무까지만 지며 그 이상 심사할 의무가 없습니다(URC 522 제12조) — 「아예 안 본다」가 아니라 「목록 대조까지만」입니다. 서류 불비는 통관 지연으로 이어져 지급 거절의 빌미가 되므로, 선적서류 하자 셀프체크로 세트 정합성을 먼저 확인하세요.

핵심 요약

  • 추심(D/P·D/A)은 은행이 지급을 확약하지 않는 결제 — 은행은 서류 전달자입니다(URC 522).
  • D/P는 지급과 서류 교환(화물 담보 유지), D/A는 인수만으로 서류 인도(외상 신용 공여)입니다.
  • 안전도: 선불 T/T → LC → D/P → D/A → 후불 T/T — D/A는 신용조사+수출보험 없이는 수락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D/P Usance라는 것도 있던데 무엇인가요?
어음 만기는 기한부(예: D/P 30일)로 하되 서류는 만기 지급 시점에 인도하는 변형입니다. 화물 도착까지 시간이 걸리는 항로에서 수입자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면서 담보는 유지하는 절충안입니다. D/A와 달리 지급 전에는 서류가 넘어가지 않습니다. 다만 URC 522 제7조(a)는 「기한부 환어음 + 지급인도(D/P)」 조합을 넣지 말 것을 권고합니다. 실무에서 쓰이기는 하나 규칙상 예외적 구조라, 은행이 취급을 거절하거나 받아주더라도 서류 인도 지연에 따른 결과에 책임지지 않습니다(제7조(c)). 만기까지 화물이 도착항에 묶이는 동안의 데머리지는 화주 부담이므로 항해 일수와 만기를 함께 계산해 결정하세요.

Q. 추심에도 UCP600이 적용되나요?
아닙니다. 추심은 URC 522(추심에 관한 통일규칙)가 적용됩니다. UCP600은 신용장 전용 규칙입니다. 서류 작성 실무는 유사하지만 은행의 의무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Q. D/A 만기에 수입자가 지급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먼저 전제가 있습니다 — 거절증서(protest)는 추심지시서에 「부도 시 거절증서를 작성하라」고 미리 지시해 두었을 때만 은행이 작성합니다. 지시가 없으면 은행은 작성 의무가 없습니다(URC 522 제24조). D/A로 나가기로 했다면 추심 의뢰 단계에서 이 항목을 반드시 넣으세요. 그 뒤에야 인수된 환어음으로 지급 청구와 법적 절차가 가능한데, 해외 소송은 비용 대비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전 수단 — 수출보험 부보와 신용조사 — 이 사실상 유일한 보호막입니다. 매입 후 소구 구조는 매입 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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